거제시 노자산(565m).가라산(585m) 산행
일 시 : 2013. 3. 2(토). 08:00~20:40
코 스 : 자연휴양림-대피소-노자산-가라산-망등-망골-다대마을(4시간30분)
산악회명 : 여수순천백두산악회(30,0000원)
직장상황 때문에 거의 일년동안 산행을 쉬다보니 선뜻 산행을 다시 시작하기가 쉽지 않았다.
산은 그리운데, 주말이면 크고 작은 일들에 쫒기어 산행길은 후순위로 밀려나기를 반복하다가
산에 관한 책들을 접하게 되었고, 책속에서 백두대간을 두 번이나 종주하는 과정을 격으면서
만사 재껴두고, 여수순천백두산악회 산행에 합류하였다.
무선롯데마트에서 8시에 탑승한 버스는 순천과 광양읍을 거쳐 남해고속도로와 대전통영고속도로를
경유하여 신거제대교를 건너면서 거제시에 들어 섰고, 다시 14번 국도와 1018지방도를 따라
산행들머리인 거제자연휴양림 입구에 10:30경 도착했다.
자연휴양림을 들어서기 위해 임원진이 단체 입장료를
지불하는 동안, 거제 고로쇠물을 팔고 있는
아주머니들의 눈길을 받으며, 산악회원들은
휴양림으로 들어 섰고,
차들이 오가는 주차장 틈새, 산행대장을 따라서 잠시
준비운동을 하고나서 베낭을 메었다.
일년동안을 미적거리며 그리워했던 산행이다.
등산로 1길과 2길의 안내표지에 주춤거리던 발길이
2길이라는 목소리에 방향을 잡았다.
활엽수의 앙상한 수목사이로 등산로가 나있고,
주변에는 와상이 즐비하며, 와상 가까이는
펜션 건물이 여름을 유혹하며 아담하게 자리하고 있다.
펜션과 마른 계곡을 지나다 보니 상수리나무에 검은
곰팡이 같은 것이 신기하게 눈에 뛰어 걸음을 멈추고서
다시 눈길을 보내 봤다.
겨울철 마른 나뭇가지의
눈꽃은 보았어도 단풍처럼 붉은
나무꽃은 본적도 들은적도 없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려는데
나무끝이 온통 붉게 물들어
꽃처럼 보였다. 아! 신기하다
스스로 감동하여 감탄했다.
자연이란 놈에게...
산행은 왠지 좁은 길이 좋다.
도중에 임도를 만나 땀이
흐르다 멈출듯 했는데.
임도가 끝나는 곳에 "노자산 정상
가는길" 이라는 표지판이 새로운
초입길 임을 암시하는 것 같다.
새로운 초입길 골짜기를 들어서면 바로
우측으로 산등성을 따라 비스듬이 가로 걸으면
전망대로부터 이어지는 얕은 등마루에 오르고
바로 앞에 대피소가 있는데, 비록 오래되고
태풍에 찢기우긴 했어도 아직은 대피소의
역할은 충분히 해낼것 같이 보인다.
나에겐 왠지 산사의 일주문 같은 느낌으로
다가 온다. 그러니까,
노자산의 일주문이라고나 할까?
대피소를 지나 전망대와 노자산의 갈림길에서
우측 중턱으로 이어지는 너덜지내를 지나면
또다시 전망대와 노자산의 갈림길에 이정표가
있다. 노자산 정상에 올라 가라산으로 가려면
다시 되돌아와 이 갈림길을 지나야 한다.
자연휴양림에서 노자산까지 2.7km, 서서히
1시간 정도 오르면 정상에 도착할 수 있다.
한꺼번에 몰려든 산객들로 인해 인증샷을
하느라 붐비고 복잡하여 표지석만 담았다.
그리고 노자산에 대한 유래를 보았다.
늙지 않고 오래 사는 신선이 된 산이라하여
붙여진 이름이란다.
인증샷에 구애받지 않고 유유자적하게
짙푸른 남해바다의 물결과 그 위에 떠있는
아기자기한 섬들을 바라보는 그 순간은
부러울 것 하나 없이, 아름다운 자연에 감사
하고, 볼 수 있음에 감사하고, 노자산 정상에
올라 있음에 감사한 마음이 스며든다.
가슴속 한 켠에 웅크리고 있는 미움, 분노,
자책 같은 찌꺼기들이 녹아내리고 있는
걸까? 마음의 비움일까?
기쁨을 넘어 감격의 눈물이 가슴으로
흘러 내린다.
정상에서 가라산 방향을 바라보며,
좌측으로 비켜서면 활엽수 잡목들의
나뭇가지 물결이 전망대를 비롯하여
가라산으로 펼쳐지고,
바람의 언덕, 해금강, 외도, 내도, 구조라
항구는 옅은 해무와 볕살 그늘에 가리워져
제 모습을 숨기지만, 그 뒤로 펼쳐지는 남해바다
망망대해 수평선은 해무와 어우러져
하늘인지 바다인지 모르게 병풍이 되어 있다.
우측으로는 율포항와 탑포항구로 이루어진 율포만이 아름다움의 극치를 이루며,
그 물결은 남해바다 저멀리 일본땅 대마도로 넘실거리고,
통영의 한산섬을 비롯한 아기자기한 섬들은 한폭의 그림을 자아내며 물결따라 흘러가는 듯한다.↓
노자산에서 전망대로 이어지는
길도 오솔길처럼 가볍게 걸을 수 있다. 얼었던 길이 녹아서 질퍽거리기는 해도 어려운 구간은 없다. 노자산에서 0.8km 거리라서 빠르게 걸으면 20분정도
소요된다.
전망대에서 진행방향으로
바라보면 바로 앞에 마늘바위가, 그 뒤로는 가라산과 망등으로 이어지는 능선길이 한눈에 들어 온다. 좌측 바로 아래로는 학동 몽돌해변을 중심으로 우측은 바람의 언덕과 해금강이, 좌측 끝으로 구조라 항구로 이어지며 그 앞에 외도가 물결에 출렁이고
있다.
전망대에서 바라 본 학동 몽돌해변을 중심으로, 해금강과 외도 되로는 남해바다 망망대해↓
산행중의 난코스 뫼바위, 철파이프를 잡고 지탱하며 오르는 모습↓
뫼바위에서 뒤돌아 본 마늘바위, 노자산 ↓
뫼바위에서 바라 본 학동마을, 구조라항구, 외도, 내도 ↓
뫼바위에서 본 진마이재 능선, 가라산, 망등 ↓
뫼바위에서 본 바람의 언덕 그리고 남해바다 수평선 ↓
진마이재에서 가라산을 오르는 돌길↓
전망대에서 마늘바위, 뫼바위를 지나온 길도 어렵지 않다.
가끔씩 너덜길이 있고, 진마이재에서 가라산을 오르는 길이 질퍽거리며, 미끄럽기는 했지만 초보산행자들도 충분히 산행을 즐길수 있는 구간들이다.
특히, 산정상 부근은 보통 가파른 급경사가 기다리고 있는데, 뜻밖에도 평원같은 능선이 나타나 잠시 평화스런 분위기에 도취 되기도 한다.
가라산 정상에 다다른 오솔길 같은 능선길 ↓
가라산 정상 표지석 ↓
가라산 정상은 들머리인
자연휴양림에서 6.9km 이고,
노자산에서는 4.2km 지점으로
쉬엄쉬엄 2시간 20분정도 걸려 도착하였다.
정상 주변은 나무들이 우거져 조망이
되지 않아 표지석에 서서 인증샷 한 컷하고
가라산 유래를 읽어 보는 것으로 만족하며,
진행방향 바로 앞에 있는 봉수대로 향했다.
봉수대의 모서리 부분에서 해금강을 당김 ↓
경상남도 거제시 남부면에 있는 경승지로 거제도 남동쪽에 있는 기괴한 모양의 바위섬들로
남해안의 맑은 바닷물과 함께 뛰어난 풍광을 자랑한다는 해금강은
1971년 명승 제2호로 지정됐다고 한다. 한 때는 해금강이 바다인줄로만 알았던 해금강을
가라산에서 0.5km지점의 망등 전망대에서 해금강(갈도)을 끌어 안았다. ↓
망등 전망대에서 바라 본 다대포 항구와 가라산에서 남해바다로 이어지는 산줄기,
천장산→다포도→고래여→새여 그리고 바닷속으로 ↓
망등 전망대에서 50m정도 되돌아 와서, 가라산과 저구삼거리 3.7km를 알려주는 이정표를 따른다.
5분쯤 내려오다가 우측으로 전망이 좋은 바위 위에 서서 뒤돌아 보면 망등 전망대가
앙증맞게 자리하고 있다. ↓
노자산과 가라산 능선을 중심으로 좌우로 펼쳐지는 남해바다와 아기자기하게 자리잡은 작은 섬들의
변화되는 포구들을 감상하는 즐거움은 망등 전망대의 조망을 끝으로 하고 하산길로 내려섰다.
가라산을 내려오는 길은 가파르다. 발아래 보이는
다대마을까지 오후 4시 하산이므로 2시간의 여유가
있다. 다대리와 저구리 사이의 얕은 등성이에
다다르면 갈림길이 나오고 이정표가 서 있는데,
저구리와 가라산 방향만 표기되어 있다.
독도에 소홀하면 저구리로 내려가기 십상이다.
저구리 반대 방향의 길을 따르면 망골로 들어서게
되고, 아름드리 소나무들을 만난다. 반갑다.
고즈넉하고 햇살을 머금은 작은 바위에 앉아
책속에서 강원도 영월의 김삿갓길을 걸었다.
김삿갓면이 있다는 것도 알았다. 삿갓에 죽창들고 떠도는 방랑시인 김삿갓,
조부가 홍경래에게 투항하여 역적으로 몰렸지만, 다행이 연좌제를 면하여 어머니에게 글을 배우고,
지방에서 시행하는 과거에 응시하게 된다. 조부를 탄핵하는 시제에 장원급제하였으나,
어머니에게 조부의 사연을 듣고, 죄인의 몸으로 하늘을 볼 수 없다며 삿갓을 쓰고 방랑길을 택했단다.
하산 시간을 맞추려고 편백과 소나무가 울창한 가라산자락을 아쉬움에 겨워 서서히 걸었다.
가라산 끝자락, 가라산의 품을 벗어나며 뒤돌아보니 망등 전망대가 가슴속으로 안긴다.
오늘 산행길은 9.4km, 여유롭게 5시간 가량을 노자산과 가라산의 품에 안긴 것 같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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