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응봉산(472m). 설흘산(482m) 산행기
○ 일 시 : 2013. 3. 16(토) 08:10~19:00(무선롯데마트 기준)
○ 회 비 : 30,000원(여수순천백두산악회)
산악회를 통한 산행은 부담이 없고 안전하고 편리해서 좋다.
등산복에 베낭하나 둘러 메고 탑승지에서 기다리면 만사 OK!
일주일동안 시내에 있는 직장에만 왔다갔다하다 보면 계절의 감각을 느낄 수가 없지만
차에 올라 시내를 비켜서는 순간부터는 만사를 잊고 차창으로 펼쳐지는 자연속으로 빠져 든다.
지난주에 보았던 마른가지에는 어느새 푸릇한 새움이 돋아 있고
눈길이 가는 곳마다 활짝 피어난 매화꽃이 자연의 변화를~~~ 세월의 흐름을 말해 주듯이
나라는 인생도 자연과 같은 속세의 계절에 따라 변화하며 이 순간을 맞이하고 있음을 본다.
남해고속도로를 타고 섬진강휴게소를 지나면 섬진강 하구가 나온다.
전북 장수 팔공산에서 발원한 530리 섬진강 물줄기가 구례에서 경상도와 전라도의 경계를 이루며 흘러오다가
섬진강 하구인 섬진강교 아래에서 아름다운 물비늘을 이루며 광양만 남해바다 속으로
흐르는 세월처럼 유유히 흘러 드는 물결이 참으로 눈부셨다.
크고 작은 물줄기가 강을 이루고 바다를 이루듯이
한 사람의 인생도 크고 작은 사연들에 부대끼며 이렇게 강물처럼 흐르는 것이 아닐까,
운전대에 앉아 목적지를 향해 달리는 여행에서 느낄 수 없는 여유로움과 상념을 즐길 수 있는
산악회 산행길은 한가로운 여행이며, 등산이며, 휴식의 시간이기도 하다. 내게는.....
선구(당산나무)마을(10:05)-암릉길 첫능선(10:55)-암릉길-응봉산(11:35)-헬기장-
44)-가천(다랭이)마을(13:30) 〓〉(3시간 30분소요)
※ 산행을 좀 더 즐기려면 설흘산 봉수대에서 되돌아가 헬기장과 응봉산 사이 갈림길로 하산함이 좋을 듯.
무선롯데마트에서 순천여성회관과
광양읍을 들러 남해고속도로룰
진입하여 섬진강휴게소에서 잠시
휴식을 하고,
하동IC를 빠져나와 남해대교를 건너
산행들머리 선구마을에 두 시간 정도
걸려 도착하였다.
차에서 내리면 바로 앞에 마을 당산
나무(팽나무) 세 그루가 고고하게 서서
산행객을 맞이한다 .
당산나무를 우측으로 지나면 50m지점에 이정표가 있고 가천 6.2km 방향을 따르면
전국에서 찾아 왔던 산악회 리본이 참나무 한 그루에 매여져 있다. 자연을 보호하는 차원에서는
바람직하지 않지만 산행코스에 대한 유명함의 표시같기도 하여 아쉬움과 흐믓함이
교차함을 느끼며 솔숲 오솔길로 들어 섰다.
가쁜 호흡으로 솔숲의 향기를 들이키고 뺃을 때마다 심장과 폐가 정화됨을 느끼며 올랐다 .
20분쯤 오르면 너럭바위가 나타나고 암릉으로 오르는 등선길로 접어 든다.
등선을 타면서 우측을 바라보면 소나무 숲들이 창살처럼 펼쳐지며,사이사이로 남해바다의 푸른 물결이
가슴으로 파고 드는 것 같은 시원함이 느껴 진다. 산행에서만이 느낄 수 있는 행복이리라.
큰 바위덩어리의 우측아래로 암릉길의 첫 능선을 오르는 등산길이 가파르게 나있는데,
오르다가 뒤돌아 보며 직벽의 바위를 배경으로 멀리 여수항에 촛점을 맞추어 보았다.
우측의 하얀 부분이 여수항이고 오동도는 커다란 유람선 같이 바다 위에 떠 있다.
실물의 어선들은 하얀 점으로 위치를 알리며 유유히 항해를 하고 있고, 그 뒤로는 돌산읍을 이어 남면,
여수 앞바다 가막만, 화양면이 남해바다를 향해 길게 펼쳐져 있다. 역시 아름다운 항구다, 여수는~~~
바위와 바위로 똘똘 뭉쳐진 무시무시한 바위 덩어리가 우산처럼 산능선을 감싼 듯 덮고 있다.
섬마을 낮은 산에도 이런 바위가 있을 수가 아닌, 있구나! 하는 감탄사가 절로 튀어 나온다.
이제부터 시작되는 암릉길 구간 구간마다는 신비함에, 어지러움에, 아름다움에
우~와, 우~와의 탄성으로 자신을 잊게 된다. 그래서 산행은 보약이라고 너도 나도 그러나 보다.
암릉 능선에는 당연히 나무가 없다. 하여 조망이 좋다.
좌측 골에 자리잡은 사촌마을이 한눈에 들어와 향수(鄕愁)가 스민다.
순간 내게는 마늘밭이 보리밭으로 다가 오고 있었다. 어릴적 고향에 대한 그리움! 향수이기에...
능선 우측 아래 바다 건너편은 돌산에서 남면으로 이어진 섬들이 멀리 남해바다 속으로 스며들고 있다.
뿌연 해무에 쌓인 어느 섬 뒷편에는 금호도 비렁길이 파도와 함께 출렁거리고 있을 진데...
2011년 어느 여름날, 홀연히 집을 나서 홀로 걸었던 비렁길이 가슴속에서 마루금처럼 이어지는 듯한다.
보기에도 아찔한 암릉길 절벽! 용감한 꾼들은 절벽 가까이 성큼 다가 가지만
조금은 고소공포증이 있는 나 이기에 허리를 숙이고 바위를 붙잡고 아래를 보려 해도
어지러움에 몸이 빨려 내려가는 것 같아 남이 볼까 몰래 돌아서야 했던 절벽이다.
남해바다 망망대해! 끝없이 펼쳐진 수평선에는 낭만이 묵묵히 서려 있는 것 같다.
바다가 하늘이고 하늘이 바다이다.
좌측에는 이 곳 남면과 상주면사이의 포구가 강의 호수처럼 다가오며 한폭의 산수화를 연상케 한다.
산행은 이렇듯 산들이 모이고 가려서 만들어 낸 오묘한 경치에 현혹되어 환희를 느끼게 되나 보다.
사람이 내려갈 수 없는 절벽처럼 비탈진 곳에 앙상한 뼈대만 남은 채로 고사(枯死)된
소나무 한 그루가 살아 천년 죽어 천년 간다는 주목나무 고사목처럼 아련히 다가 왔다.
이 높은 곳에서 홀로 우뚝 자라나 모진 비바람과 험난한 태풍을 몇 십년은 몸부림치며 견디어 왔을 텐데,
언제 어느 태풍에 그 많던 잎과 잔가지를 놓아버리고 허망하게 죽어야만 했을까?
어느 한 가장의 죽음을 보는 것 같아 가슴이 찡하기도.....
하지만 태풍에 견디다 못해 비스듬히 기울어진 한 그루 소나무가, 푸른 산과 바다와 어울려
아픔과 슬픔이 서린 듯한 수묵화 같은 풍경으로 다가오기에 휴대폰 카메라에 정들여 담았다.
응봉산을 향해 이어지는 능선 암릉길에 나무로 만든 계단과 난간이 설치되 어 있다.
가운데 봉우리가 설흘산이고, 포구건너 끝에 보이는 봉우리는 보리암이 자리잡은 남해 금산 이란다.
낭떠러지 암릉길이라서 나무와 로프로 난간이 설치되어 나름의 운치가 있다.
저 끝에 우뚝 솟은 바위 암릉을 내려 올때는 우회로가 있지만 나는 그냥 앞만보고 내려오다가 진퇴양난의
상황에서 우회한 일행들의 도움으로 간신히 내려설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해도 다리가 후들후들~~~
해안이나 포구들의 아름다운 경치이다. 배 한척이 하얀 물보라를 일으키며 항해를 한다.
응봉산 정상에서 바다쪽으로 살짝 비켜서서 화려하게 걸어 왔던 암릉길을 뒤돌아 보았다.
난간이 설치된 암릉길은 소나무 숲에 가려지고, 내리막 암릉길은 그저 바위산 봉우리처럼 보여진다.
산은 이렇듯 보는 위치에 따라 때로는 실체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보인다. 그래서 산이 더욱 좋다.
응봉산 또는 매봉산으로 불리는 정상 472m봉! 돌탑이 쌓여 있고 앞에는 표지석이 서 있다.
옆에서는 막걸리를 팔고 있어 산객들은 막걸리 한 잔에 산행의 피로를 풀며 휴식을 취하고 산담을 나눈다.
모두가 행복해 보이고 한쪽에서 물병을 들고 바라만 보아도 술을 마시는 기분이 느껴진다.
사방이 확트여 조망도 좋지만 등산로 어디에서나 바라볼 수 있는 같은 경치들이다. 설흘산으로 가야지...
응봉산을 내려서면 잡목들이 우거져 터널길이 되어 있고, 잡목길을 벗어나서
소나무 숲길을 걷다보면 넓다란 안부에 헬기장이 있다.
중식 장소이기도 하여 많은 사람들이 서성거리는 동안 진행을 계속했다.
왜냐면, 푸짐한 도시락이 아니기 때문이다. 겨울철이나 눈산행을 하다보면 손끝이 에일듯 시리고
매서운 추위로 점심이 오히려 산행의 리듬을 깨고 양지바른 곳을 찾기 위해 헤매기도 한다.
2011년 1월 덕유산 무룡산과 동엽령으로 이어지는 능선에서 호되게 고생한 경험이 있기에...
지금은 김밥이나 주먹밥에다가 동치미, 여분으로 삶은 달걀이나 과일.쵸코렛 한 두개로 간단히
준비하면 배낭의 부피도 줄이고 아늑한 장소에서 점심을 즐길 수 있어 그냥 좋다.
헬기장을 지나면 길다란 안부능선이 이어지다가 사거리 이정표가 나온다.
좌측으로 홍현리, 우측은 가천(다랭이)마을로 내려가는 길이고 직진방향은 설흘산이다.
오르면서 자꾸만 망산은 어딜까, 산행지도에는 망산을 거쳐 설흘산으로 오르게 되어 있는데...
설흘산을 중심으로 좌측을 돌아오르는 등산로를 따르면서 망산에 대한 궁금증과
혼자 점심을 먹을 만한 장소를 고르며 무심코 오르다보니 설흘산아래 안부에 이르렀고,
설흘산의 지킴이 같은 대나무밭이 상쾌하고 시원함으로 안겨 왔다.
바로 설흘산에 오르면 오늘 산행의 종착역과 같은 아쉬움이 들것 같아
좌측의 작은 봉우리에 올라 남해바다 수평선을 바라보며 점심을 먹었다. 그리고 알았다.
내가 앉아 있는 이 봉우리가 망산이라는 것을...
인터넷에 올라 있는 산행도를 보면 망산이 표기되거나 표기되지 않는 것이 있는데.
망산은 그저 설흘산을 오르는 과정일 뿐이다. 궁금증이 해소되니 조금은 허탈했다.
나에 산행도에도 당초 망산이 표기되지 않았고 응봉산이 매봉산으로 되어 있어서 수정을 하여
매봉산을 응봉산으로 그리고 망산을 첨가하여 표기하였다.
설흘산과 망산 안부의 대나무밭을 따라 조금 오르면 설흘산이다. 481m, 482m, 490m헷갈리기도 한다.
정상에 봉수대가 있고 봉수대 아래에 '남해 설흘산 봉수대' 안내 표지판이 설치되어 있다.
봉수대 위에 설흘산 해발 481m의 삼각형 표지석이 놓여 있다.
설흘산 봉수대에서 바라 본 응봉산과 암릉길은 수평의 놓여 있고, 가까이 응봉산 아래로 설흘산까지의
소나무 숲에는 흙살의 능선오솔길이 숨어 있다. 그 속에는 설렘 같은 행복이 함께 있다.
설흘산에서 바라 본 가천(다랭이)마을로
줄줄이 계단을 이루는 다랭이에는 푸릇한 마늘의 향기가 뿜어나고 있다.
다랑이는 논을, 다랭이는 밭을 지칭하는 우리말 단어라는 것을 마늘 향기를 통해 알 수 있었다.
설흘산 정상 주변에는 잡목들이 우거져 봄의 싱그러움을~ 여름의 신록을 준비하는 듯하고,
남면과 상주면으로 잇는 긴 해안선이 푸른 물결과 함께 반짝거리며 가슴속으로 스며듬을 느끼어 본다.
설흘산 봉수대에서 상주면을 향해 바라 보면 바로 발아래 서포 김만중의 유배지인 노도(섬)가 아늑하게
눈길을 사로 잡고, 그 뒤로 상주면과 미조면의 작은 섬들이 잔잔한 물결에 잠기어 있는 듯한다.
설흘산 정상에서 가천마을로 내려서는 길은 급경사이고 활엽수 잡목들이 울창하다
스틱을 사용하지 않아도 길양쪽의 나무들을 붙잡고 내려서는 흥미로움도 있다.
전망 바위에 서서 우측으로 응봉산을 바라보니 암릉길에서 부터 응봉산 정상, 응봉산에서 설흘산까지의
안부 능선이 고스란히 제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설흘산에서 내려오는 길에 3개의 크고 넓은 전망 바위가 있다. 바위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 보면
직벽 낭떠러지 때문인지 바위가 구름처럼 하늘에 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기도 한다.
앞에 있는 작은 섬은 '소치도'이고, 그 뒤로는 끝없는 망망대해로 아득한 수평선 너머에는 일본땅이 있다.
선구마을에서 응봉산과 설흘산을 잇는 산행 구간은 보통 4시간으로 알려져 있지만
경치를 만끽하며 유유자적 걸어도 3시간 30분이면 충분할 것 같다.
하산 시간이 많이 남아 설흘산 골짜기아래 다랭이 밭뚝에서 쑥을 캐면서 여유를 즐기다가
응봉산 자락에 설치된 주차장에 14:20경 도착을 했다. 하산 시간보다 30분 이른 시간이다.
노상에는 마을 아주머니들이 시금치, 마늘, 쑥, 냉이 등등 해풍에서 자란 풋풋한 봄 야채로
산행객과 다랭이를 찾아온 관광객들의 눈길을 받으며 주머니를 넘보듯 장을 펼치고 있었다.
나는 베낭을 멘채로 봄냄새를 맡으며 많은 사람들의 틈새를 지나 산악회 버스에 올랐고,
산악회에서 계획된 남해의 독일마을 관광을 기다려야 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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