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

[스크랩] 보성 천봉산(609m) 산행 여행기

단군자손 2011. 4. 15. 07:50

 

보성 천봉산(609m) 산행기

      

         ▶  일    시 : 2011. 4. 9(토)

        ▶  산행코스 : 대원사-까치봉-마당재-말봉산-천봉산-봉갑사

        ▶  함께한 사람들 : 여순오성산악회 회원

 

     다람쥐 쳇바퀴 돌 듯이

    직장과 집만을 오가다가

    오늘도 산행  여행을 떠난다.

 

    2주일만의 여행이기에 아침

    일찍 날씨를 보며 동녘을

    보니 일출의 장관이

    가슴으로 스며 든다.

2011.3.26(토) 일출장면

 

2011.4.9(토) 일출장면

     자연은 매일매일 우리에게 다른 모습으로 다가 오지만 일상에 쫒기어 느끼지 못하고 무심코

    흘려 보낸다. 고락산과 망마산 사이의 일출의 위치가 2주일차이 인데도 확연히 다르다.

 

    겨울과 봄의 징검다리인 동백꽃을 시작으로 약동하는 봄의 기운을 받아 매화, 개나리,

    진달래, 목련 그리고 벚꽃들이 출렁이는 자연을 헤쳐가며 여행은 시작된다.   

    

여천을 출발한 버스는  여수↔순천간 17번국도와 자동차 전용도로를 지나

호남고속도로(순천IC주암IC)를  거쳐 주암↔벌교 방향의 국도 18호선을 따라 간다.

우측으로 흐르는 보성강의 주암호를 거슬러 가다가 다시 송광사 계곡을

지나오는 강과 보성 제암산에서 발원하여 내려오는 보성강의 물줄기가 

만나는 지점인 곡천교에서 우회전 한다.

 

    강과 강으로 이어지는 길, 보성강과 우측으로 동복호에서 흘러오는 강물이 

모여 있는 넓고 푸른 강을 배경으로 보성과 화순방향의 18호선 국도를 계속 간다. 

연녹색의 신록으로 우거지는 산과 강과 벚꽃들이 어우러지는

자연에 넋을 잃다보니

    조각공원이 있는 용암삼거리(보성읍-화순-주암.벌교읍)에서

화순방향으로 우회전을 하여 서재필선생 기념관에서 잠시 휴식을 한다.

 

전시관을 둘러 보고 싶지만 시간이 허락치 않는다.

    도로변에 설치된 플레카드 추모글에 적힌

"서재필 박사처럼 큰 꿈 품고 세계로!"의 구호만 기억이 난다.

 

 서재필 선생은 1864년 1월 7일

 문덕면 용암리 가내마을에서태어나

 농촌의 풍경과 정서를 익혔으며,

 1884년 갑신개혁을 주도해 3일천하를

 이룬 뒤 이의 실패로 망명 미국에서

 우리나라 최초의 의학박사가 된후 

 1895년 귀국하여 독립신문을

 창간하고독립협회를 결성하여

 민중운동을 이끌어 오시는등 

 평생을 조국의 광복과 근대화를

     위해 열정을 다하시다 1951년 병석에서 우리나라 명운을 통탄하며 87세를 일기로 생을 마감

    하셨다.  선생의 생전의 위업을 기리고자 1992년 사업을 시작하여 사당건립, 송재로 개설,

    독립문건립을 통해 유적지로 면모를 갖추었으며  조각공원 조성, 유물전시관 건립, 생가등의

    복원으로 명실상부한 기념공원으로서. 특히 서재필선생 생전의 유품 800여점을 전시한

    유물전시관은  국민교육장으로서 역할을 하고 있단다.

   

기념관에서 직진하여 보성강의 물줄기를 건너는 문덕교와 뒤 이은 죽산교를 건너면

대원 삼거리가 나오고 바로 좌측방향으로 비좁은 2차선 아스팔트도로변에 벚꽃나무가

빽빽히 줄지어 꽃망울을 머금고 있다.

주암호와 대원사의 거리는 멀지 않지만 산이 높은 지역이라 기온차가 크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비록 벚꽃은 아직 피우지 않았았지만,

대원사에서 흐르는 작은 계곡을 따라 구불구불 이어지는 벚꽃길은 

우리 모두에게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벚꽃길은 길이가 5.5km이고,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든 "왕벚나무 터널"로

부른다고 한다. 또한 풍수지리에 의하면 이 벚꽃길을 탯줄이라 하고,

대원사 절터를 어머니의 자궁, 절터를 감싸고 있는 천봉산을 모태라고 한단다. 

정말로 가슴에 와 닿는 의미있는 길이다. 

 대원사 진입로의 벚꽃길을

 통과한 버스는 10시에

 주차장에 도착한다.

 여천에서 1시간30분  정도

 소요되었다.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이제껏 한 번도 보지못한 티벳트식 불탑 수미광명탑이다. 

    그리고 바로 뒤에 티벳박물관이 자리잡고 있다.

  박물관에는 현장 주지스님이 티베트와 몽골 등지를 순례하며 모은 불상 회화 등

불교미술품 1,000여 점이 전시돼 있는 곳이란다.

사람 머리가죽으로 만든 북, 대퇴골로 만든 피리, 해골로 만든 목탁

그리고 무릎을 꿇고 엎드려야 보이는 하늘 만다라도 눈길을 끈단다.

 

관람비 2,000원, 신발을 벗어야 하고, 분위기로 보아 베낭을 메고 들어 갈 수가 없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일행들의 뒤를 따라 주차장을 거쳐 대원사 입구에 이른다.

 

  10시12분이다. 

    우측으로 "우리는 한 꽃" 

  이라는 현판이 걸린 일화문을 

통과하니 우측으로 연못이 

있다, 좌측으로 있는 "천봉산

대원사"의 일주문을 따라  

     50m쯤 진행하면 우측으로 까치봉(1.7km), 말봉산(4.7km), 천봉산(7.0km)을 알리는

이정표가 서 있다. 바로 산행이 시작되는 들머리다

 산행입구부터 산죽(조릿대)이

 좌우로 널려 있다.

 소나무 숲과 산죽의 향기를

 느끼고, 진달래꽃 향기까지

 가세하면서 산행의 기쁨을

 느끼게 한다.

 

 17분쯤 올랐을까?

 비탈진 오르막 길을 만나면서

 소나무숲이 사라지니

 그늘도 없어 진다.

등 뒤에서 다가오는 햇빛이 나에 그림자를 만들어 길 앞에 놓인다.

허리 이상을 밟아 보려고 아무리 애를 써도 그림자는 앞으로 도망을 치고

겨우 허벅지부위 아래를 밟으며 뒤쫒다 보니 힘든 줄 모르고 능선삼거리에 도착한다 . 

     좌측으로 까치봉, 우측으로는 

군립백민미술관으로 가는

갈림길이다. 

능선에 올라서니 정면으로 

송광사와 선암사를 품고 있는 

조계산과 보성강이 다가오고, 

뒤로는 산행 목적지인 천봉산이 

기다리고 있다. 

까치봉을 오르는 길은 평지 같은 

능선과 비스듬한 오르막길이라 

산책로와 같다.

대원사 골짜기에서 불어오는

 향기로운 바람을 온 몸으로 느끼며, 어머니의 품 같은 푹신한 흙길을 마음껏 거닌다.

 우측 북서쪽 가까이에서는

 모후산이 다가 오고,

 좌측편 길가에서는 이름모를

 나무 한 그루가 노란 꽃잎을 피우며 

 시선을 사로 잡는다(히어리).

 소중한 마음으로 카메라에 담는다.

 

 천봉산을 지나 봉갑사를 내려오는

 길에는 군데군데 많이도 피어 있어

 마음까지 노란 물결이 인다.

 들머리에서 여유롭게 50분쯤 

 오르면 570봉인 가치봉에 이른다.

 정상에 서면 참나무 종류의

 나뭇가지에 가려 사방은 완전하게

 조망되지 않지만 산봉우리들이

 서로 이어져 물결을 이루고 있다.

 

 내 마음도 함께 물결을 이루며

 말봉산을 향해 좌측으로

 발길을 옮긴다.   

 

(까치봉 지나서)

(말봉산 지나서)

(천봉산 오르기 전)

 

까치봉을 조금 내려서면  모든 산봉우리가 원을 그리며, 가까이 좁혀오는 듯한 

 착각에 빠져 잠시 몇 걸음 동안은 자궁속을 걸어가는 환상에 젖는다.

 낙엽이 부스럭거리는 흙길의  포근함을 지속적으로 느끼며,

이제는 우측에서 불어오는 바람의 향기를 느낀다.

 

까치봉까지 함께하던 진달래꽃은 거대한 활엽수의 등살에 못 이긴 탓인지,

천봉산 정상까지는 자취를 감추어 버리고,

 

까치봉과 천봉산 사이에 

나뭇잎 사이로 방긋이 고개를 내민

보라꽃 두 종류와 노란색의 꽃을 피운 야생화들이

(날개현호색,노란제비꽃,엘레지)

진달래을 대신하여 꽃에 대한 무료함을 달래주고

신비로움의 기쁨을 안기어 준다.

 

 산행지도상 까치봉에서 내려오는

 첫봉우리인 526봉을 조금 지나면

 대원사입구로가는 삼거리가 표시

 되어 있지만(NO), 아니다.

 좀더 지나서 511봉에 오르면   

 능선은 우측으로 휘어져 내리고

 안부에 대원사 방향의 삼거리

 이정표가 서 있다. 그 주변에는

 산죽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까치봉에서 28분, 들머리에서는

 1시간 10분정도 걸렸다.

 대원사로 가는 삼거리에서 시작되는

 작은 봉을 올라서면 천봉산의

 능선에 닿을 것 같았는데,

 깊은 계곡이 가로 놓여 있다.

 산봉우리의 능선이 또 다시펼쳐지는

 신비함을 느끼고, 우측아래 소나무  

 숲에서 불어와 살갗을 만져주는

 솔바람도 느껴 보고, 천봉산 아래의

 붉은 빛과 연한녹색이 어우러진

 싱그러움 또한 느껴 보며, 몸과

 마음의 감각을 깨우며 걷는다.   

 어느새 마당재에 도착(11:38)한다

 마당재가 까치봉과 천봉산

 능선길의 변곡점이다.

 능선은 이제 좌측으로 45도 각도로

 휘어지면서 말봉산과 천봉산으로

 이어지며, 우측으로 어깨를 같이

 하는 수많은 능선들이 파도처럼

 굽이쳐 르면서 발걸음에 파도의 

 리듬을 일으킨다. 빨라지는 걸음을

 늦추어 가지만 말봉산에 다다른다.

 마당재에 15분, 들머리에서 1시간

 45분 걸렸다. 12시가 못되었지만

 본진과 합류하여 점심을 함께해야

 하므로 잠시 걸음을 멈춘다.

 말봉산에서 조금 내려와 자리를

 잡고 처음으로  회장님을

 비롯하여 많은 회원님들과

 서로의 반찬을 나누어 먹으며

 진수성찬의 오찬을 즐겼다.

 다시출발한 시간은 12:38분, 

 천봉산으로 가는 길 역시 포근하다.

 힘들지 않는 작은 봉우리로 연결

 되는 능선길은 어머니의 품과

 같고. 나뭇잎이 깔린 흙길이 비단길

 못지 않다. 좌우로 산죽이 감싸주고

 조금 멀리는 산의 능선들이 펼쳐져

 있으니 구름위를 걷는 신선같은

 느낌이다. 노란제비꽃도 보면서

 작은 봉우리를 두개쯤 넘었을까?

 대원사로 가는 삼거리이정표가

 나온다. 이곳에도 산죽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천봉산을 오르는 마직막 안부를

 지나면 우측으로 까치봉을 향해

 낣작한 바위 하나가 누워 있다.

 버스안에서 회장님이 함께

 모여서 점심이라도 나누자는

 말씀을 안했다면 이곳에서

 식사를 했을 것이다.

 식사를 마치고는 몇 분이라도 가부좌를 틀고 명상을 즐겼을 것이다.

 자연의 소리를 들으려 하겠지만. 결국은 자신의 소리를 들었을 것이고,

 마음을 비우고 자신의 내면을 바라 보았을 것이다.

 

 아쉬움을 남겨둔 채로 천봉산의 전설을 떠올려 본다.

 봉황의 접은 날개 위치를 상상하며 어느 곳이 날개죽지에 해당될까? 

 애써 찾아보며 느껴보려 했지만 천봉상 정상가까이에 다다른다.

이정표가 있어 둘러 보았지만, 길이 없는걸 보니 의미없는 이정표 같다.

이곳이 날개죽지에 해당되지는 않을까?  스스로 썩소 한 번 날려보고 정상을 향한다. 

 천봉상 정상이다.

 산행지도상에는 611.5m되어 있지만

 나무에 매달려 있는 표지판에는

 609m로 표기되어 있다,

 들머리에서 3시간정도 걸린 것이다.

 정상에 큰 나무가 없어서 사방의

 조망이 트여 있다.

 진행방향으로는 아래로 보성강이

 죄측으로 흐르고 있고, 멀리는

 제석산과 우측으로 초암산인 듯한

 능선이 희미하게 펼쳐져 있다.

 좌측 대원사쪽 방향을 바라보면 조계산과 모후산이 차례로 보이며,

 진행방향을 뒤로 돌아보면 우측편 가까이로 까치봉이 솟아 있고,

 멀리로는 무등산이 또 희미하게 보인다.

진행방향 우측으로는 수많은 산봉우리로 이어지는 능선이 굽이굽이 흐르고 있다

  

천봉산!

전설에 얽힌 이야기를 그냥 넘어갈 수 없다.

고구려 승려 아도화상(阿度和尙)은 신라 미추왕 때 신라땅,

지금의 경북 선산으로 들어와  이 고을 사람 모례(毛禮)의 집에 살면서 불법을 전파했다.

어느날 아도화상의 꿈속에 봉황이 나타나 다음과 같이 말했다.

"아도! 사람들이 오늘밤 너를 죽이고자 칼을 들고 오는데 어찌 편안히 누워 있느냐.

어서 일어 나거라. 아도!

봉황의 다급한 소리에 깜짝 놀라 눈을 떠 보니

창밖에서 봉황이 날갯짓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아도화상은 봉황의 인도를 받아

광주 무등산 봉황대까지 왔지만 그곳에서 봉황이 사라져 더 이상 찾을 수 없었다.

봉황의 인도로 목숨을 구한 아도화상은 석달 동안 봉황이 머문곳을 찾아

호남의 산을 헤매다 마침내 하늘의 봉황이 알을 품고 있는 형상의

봉소형국(鳳巢形局) 을 찾아낸 후 산 이름을 천봉산(千鳳山)이라고 명명했다.

그리고 산 아래 대원사를 창건했다.

 

 천봉산 정상의 삼거리이정표에는

 정상에서 진행방향 좌측으로는

 백민미술관으로 안내되고,

 우리가 지나온  방향은 메직펜

 글씨로 죽산리로 표기했다가

 갈겨버린 흔적이 있다.

 정상을 올라서는 진행 방향을

 따라 가며, 목적지인 봉갑사가는

 길은 강이 보이는 우측능선을

 따라가면 될 것이라  판단했는데

 아니다.  벌거벗은 듯한 마지막 

 봉우리를 조금 내려가 좌측방향으로 다시 내려와야 봉갑사 입구에 도착된다.

내려오는 길은 계곡같은 소나무숲길로 노란 꽃을 피운 히어리 꽃나무가

하산길의 아쉬움이라도 달래 주려는 듯 곳곳에서 반기며 배웅을 해 주고,

까치봉에서부터 사라졌던 진달래꽃도 천봉산을 내려오면서 모습을 나타내어

수줍은 듯 부드러운 미소를 보내며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작별의 인사를 보낸다.

 

 산행길에 오른지 4시간 만에

 버스가 기다리는 봉갑사 입구에

 도착하여 약수터로 향한다.

 조롱박으로 목을 적시고

 기념으로 가족들 선물용으로

 빈물병에 물도 채운다.

 휴대폰으로 약수터을 찍으려고

 폼을 잡는데, 처음에 못보았던

 부처상이 갑작스레 나타난다.

 무신론자 이지만,

 행복한 발견이다.

고개를 숙여 자세히 들여다 보니 부처의 얼굴이 흙먼지로 덮여 있다.

조롱박으로 조심스럽게 물을 끼얹어 흙먼지를 씻어 내었지만,

손이 닿지 않아 깨끗하게 씻겨드릴 수는 없었다.

 

 점심을 늦게 먹어 배는 고프지

 않지만, 하산주자리는 항상 푸짐

 하여 회원들로부터 최고의 인기다.

 

 푸짐한 안주놓고 술잔에 정을 담아

 서로 건네니, 한마음 한뜻이

 어찌 아니 되겠는가?

 기념촬영으로

 "우리 모두 마음은 하나"

 돌아오는 길에 보성녹차밭에서

 잠시 정을 더 나누다가,

 벚꽃이 만발한 벌교휴게소에서  단체로 마지막 작별의

눈인사를  나누며 헤어질 준비를...

 

대원사 벚꽃길에 꽃은 피지 않았어도 즐겁고 행복한 여행이었습니다

 

함께한 오성회원님들께 감사드립니다 

 

 

 

출처 : 여순오성산악회
글쓴이 : 무사무욕 원글보기
메모 :